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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검사' 출신 김희준 변호사가 말하는 '물뽕 한국'2019-04-03


‘클럽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한국 사회가 마약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한때 ‘마약청정국’이라 불리던 한국의 민낯이 가감 없이 노출됐다. 유명 클럽을 중심으로 조직적인 마약 유통과 각종 성범죄가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이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사실로 드러났다.
   
   경찰은 즉각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경찰청은 지난 2월 25일부터 한 달 동안 마약 범죄에 대한 집중 단속을 실시해 모두 523명을 검거하고 216명을 구속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30%, 65% 늘어난 수치다. 경찰은 지난 2월 마약 수사 인력 1000여명을 투입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면서 “향후 3개월 동안 ‘마약류 밀반입·유통(1차 범죄), 마약을 활용한 범죄(2차 범죄), 2차 범죄로 확보한 불법촬영물 유포(3차 범죄)’로 이어지는 마약 이용 범죄의 3단계 카르텔을 해체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클럽 버닝썬 의혹이 커질 대로 커진 뒤에야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는 점에서 ‘뒷북 대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사실 한국이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잃은 지는 이미 꽤 됐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마약사범으로 1만2613명이 단속됐다. 인구 10만명당 24명꼴로 유엔이 정한 마약청정국 기준(인구 10만명당 마약사범 20명 이하)에 못 미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마약류 사범 단속 건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4년 9984명에서 2016년 1만4214건, 2017년 1만4123명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1만2613명으로 그 수가 조금 줄었지만 마약 밀수입 압수량은 2016년 38.6㎏, 2017년 35.2㎏에서 다음해 298.3㎏으로 크게 늘었다. 수사당국으로서는 전국 방방곡곡에 마약이 퍼지는 것을 눈뜨고 지켜만 봤느냐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물뽕 첫 적발 당시 미국서 검증해와
   
   버닝썬 사건으로 속칭 ‘물뽕(GHB·감마 하이드록시낙산)’이라 불리는 신종마약의 위험성 또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신종마약으로 불리고는 있지만 물뽕이 처음 발견된 것은 21년 전인 1998년이다. 당시 ‘물 같은 히로뽕’이라 해서 ‘물뽕’이란 이름을 붙인 사람이 ‘마약 전문 검사’로 불리던 김희준 현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다. 김 변호사는 1998년 광주지검 근무 당시 ‘물뽕’을 최초로 적발해 이를 마약류로 등재한 인물이다. 2011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법령개정을 건의해 수면마취제로 사용돼온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등재하는 데도 기여했다.
   
   지난 3월 26일 서울 서초동 엘케이비앤파트너스 사무실에서 김 변호사를 만났다. 그는 “당시 미국에서도 갓 퍼지기 시작한 물뽕이 한국에 곧바로 유입돼 초창기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는데도 여전히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그동안 마약청정국이라는 허상에 갇혀 실상을 보지 못했을 뿐 이미 한국은 마약에 심각한 수준으로 노출돼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가 처음 물뽕(GHB)을 적발했을 때만 해도 국내에 GHB라는 신종마약을 검증할 방법이 없어 애를 먹었다. 처음에는 그 역시 물뽕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에 처음 적발 당시에는 필로폰(속칭 히로뽕) 밀매 사범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당시 필로폰을 팔려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매수인인 척 위장해 접근했다. 광주에 있는 한 호텔 주차장에서 범인을 검거했는데 압수한 물건을 보니 큰 생수통 2개였다. 범인들은 이것을 필로폰이라고 주장했다. 필로폰은 가루 형태이기 때문에 꽤 놀랐다. 당시 한 통 거래 가격이 4000만원이나 됐기 때문에 신빙성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했다.”
   
   김 변호사는 “당시 유통경로를 추적해보니 경기도 오산의 미군부지에서 타이거라는 이름의 흑인을 통해 구입했다고 했다”며 “미 공군특수수사대(OSI)와 공조를 요청해 수사에 나섰지만 타이거란 인물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검증을 요청하니 GHB가 마약류가 아닌 단순한 물로 나온 것이다. GHB라는 신종마약을 당시 우리 기술과 장비로는 검출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GHB는 1960년대에 최초로 합성된 약물인데 주로 마취제나 수면장애 치료제 등으로 사용됐다. 1990년대부터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성범죄용으로 악용돼 ‘데이트 강간 약물(Date Rape Drug)’로 불리기 시작했다. GHB를 이용한 범죄가 늘면서 2000년 3월부터 미국에서 규제약물로 통제돼 사용이 금지되기 시작했다.
   
   당시 김 변호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물이라고 판정된 압수 마약을 미국으로 보내 검증을 요청했다. “미국에는 원심분리기를 통해 (마약) 성분 자체를 추출해 검증하는 기법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선 시약반응검사를 통해서만 검출이 가능해 대마면 대마, 필로폰이면 필로폰 시약을 떨어뜨려 반응검사를 한다. 기존에 존재하는 마약류만 검출이 가능한 셈이었다.” 결국 한 달 후 미국으로부터 받아본 감정 결과를 통해 압수한 생수통에 든 액체가 GHB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뽕’이라는 신종마약의 등장을 알리는 이 사건은 당시로는 꽤 충격적이었다. 당시 김 변호사가 일하고 있었던 광주지역은 ‘마약청정국’이라 불리던 한국 내에서도 ‘마약 청정지역’으로 꼽히던 곳이었다. “1990년대 광주지역의 한 해 평균 마약사범 적발 건수는 10여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광주지검 평검사로 일했던 1998년엔 이 지역에서 한 달 동안 구속된 마약사범의 수만 10~15명에 달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도 왜 이렇게 마약사범이 늘어났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 정도였다. 사실 마약사범이 없었던 게 아니다. 늘 있었던 것을 그저 열심히 찾아냈을 뿐이다.”
   
   김 변호사는 “마약 청정지역인 광주를 ‘마약사범들의 소굴’로 만들었던 기억을 요즘 다시 떠올리고 있다”며 21년 전과 마찬가지로 한국이 여전히 ‘마약청정국’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그저 강력한 수사 의지를 가진 한 명의 검사가 있었을 뿐인데도 물뽕이나 숨어 있던 마약사범들의 존재가 외부에 드러났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불과 한 달 동안 경찰의 집중 단속으로 수백 명의 마약사범이 검거됐다. 통계에 속아 눈치채지 못했을 뿐 한국은 오래전부터 마약청정국이 아니었다.”

 

   필로폰+카페인, 범람하는 신종마약
    

김 변호사에 따르면 기존 마약류에 신종마약까지 등장하면서 현재 한국에서 유통되는 마약의 종류가 엄청나게 늘어났다고 한다. 마약은 일반적으로 마약 원료인 생약에서 추출한 천연마약(양귀비, 아편, 코카 잎)과 추출 알카로이드(모르핀, 코데인, 헤로인, 코카인 등), 화학적으로 합성한 합성마약(메타돈, 펜타닐 등) 등으로 분류된다. 이 외에도 향정신성의약품과 같이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치고 오남용 시 인체에 위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물질들도 있다. 암페타민, 메트암페타민(필로폰), GHB, 프로포폴 등이 이에 해당한다.

 

큰 흐름상으로 보면 마약에도 유행이 있다. 1970년대엔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던 기지촌을 중심으로 대마담배 흡연자들이 늘어나면서 대학가나 연예계로도 대마가 번져 나갔다. 정부는 1970년 8월에야 습관성의약품관리법을 제정해 단속에 나섰으나 대마초의 확산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정부는 1976년 4월 7일 대마관리법을 제정해 대마 흡연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고 1980년대 들어서야 대마초사범의 수가 급격히 줄게 됐다.
   
   1980년대엔 유흥·향락문화가 발전하면서 필로폰 밀반출이 크게 늘었다. 필로폰 중독자가 급증하면서 정부는 1989년 대검찰청에 마약과를 신설하고 필로폰 제조조직에 대한 집중적인 단속에 나서게 됐다. 이 때문에 1990년대부터는 이른바 ‘마약 진공시대’, 즉 마약을 찾아볼 수 없는 시기를 맞게 됐다. 그러나 마약유통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면서 값이 싸고 구입이 용이한 본드 등을 흡입하는 사범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낳았다.
   
   2000년대부터는 그야말로 신종마약의 전성기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해외 교류가 늘고 인터넷 등 통신기술이 발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시기에는 야바(YABA), 엑스터시(MDMA) 등 신종마약류가 대거 국내에 유입됐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형태를 달리해 등장하고 있는 신종마약들의 수는 셀 수 없을 지경이 됐다.
   
   김 변호사는 “신종마약이 너무 많다”며 지금의 마약 유통 실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마약류로 알려진 것만 해도 2000여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통적인 마약이라고 하면 필로폰, 대마, 아편 등을 떠올리겠지만 이제 화학성분을 결합하는 기법이 발달해 히로뽕으로 불리는 메트암페타민에 카페인 성분을 섞어 비율을 조절하는 식으로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마약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신종마약이 위험한 것은 중독성, 신체에 대한 위해 여부가 어느 정도인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최근 인터넷과 SNS 등 마약의 유통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유통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유튜브나 트위터 등에는 마약 광고 홍보영상이 버젓이 등장한다. 미성년자나 일반인들이 마약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유튜브를 통해 대마초를 판매하는 10대 마약사범의 이야기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아직 마약 처벌 규정이 마약의 유통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물뽕은 ‘데이트 강간 약물’로 알려진 것처럼 본인에게 직접 투약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각종 성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물뽕의 피해자 대부분은 강제로 이를 접하게 된다. 최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을 통해 다시 재조명되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 사건에서도 2013년 별장 성접대 당시 피해 여성들에게 강제로 물뽕이 사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자기 자신에게 마약을 투약하는 경우나 남에게 강제로 투약시키는 경우 양형이 같다. 보통 단순 투약사범은 법정형이 5년 이하로 되어 있는데 강제성 여부로 양형이 더 늘지는 않는다. 남에게 강제로 마약류를 투약시키는 경우에는 별도의 처벌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수사권 조정, 마약 수사 경찰로 넘어가
   
   김 변호사는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하면서 검찰의 마약범죄 수사 기능을 배제한 것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수사권 조정 합의문대로라면 그동안 검찰 강력부가 맡아오던 조직폭력·마약범죄 등의 1차 수사는 경찰로 넘어가게 된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및 경찰공무원 직무관련 범죄 등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범죄가 마약범죄, 두 번째가 조직범죄, 세 번째가 화이트칼라 범죄다. 마약사범과 조직범죄는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화이트칼라 범죄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마약이나 조직범죄에 대한 수사는 소홀히 하고 있다. 검찰에선 강력부가 이런 수사를 전담하는데 사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하며 검찰 강력부 폐지 논의가 있지 않았나. 한국의 마약 수사는 거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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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551100008&ctcd=C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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