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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형사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2018-12-03

 


 

<광주매일신문>

김희준
L.K.B&Partners 대표변호사
전 광주지검 차장검사

 

이번 정부 들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적폐수사를 통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영역은 공직사회이다. 아무래도 적폐수사이다보니 공적영역에 대한 수사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예전에는 공직자의 형사처벌은 뇌물죄 등 부패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 주로 국한되었는데 지금은 담당했던 업무 때문에 처벌받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로 징계절차를 통해 처리되던 잘못된 업무수행이 지금은 형사처벌까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적용되는 죄명은 뇌물죄가 아니라 직권남용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 죄명이 적용되었고,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사법농단 수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유죄판결이 선고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에게 적용된 죄명도 직권남용죄이다. 사실 직권남용죄의 경우 그 구성요건이 까다롭고 적용범위를 협소하게 보는 대법원 판례 때문에 그동안 실무상으로는 거의 기소가 되지 않았고 설사 기소가 되더라도 무죄가 주로 선고되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된 적폐수사 과정에서 과거보다 폭넓게 적용되기 시작하였고 법원에서도 기존의 입장과는 달리 거의 대부분 유죄를 선고함으로써 그 적용범위를 상당히 넓혀 놓았다. 그래서 법률가들 사이에서는 우스갯 소리로 직권남용죄가 남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직권남용죄의 적용사례가 지나치게 많다는 의미이다. 

형법 제123조는 직권남용죄에 대하여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직권남용죄에서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그의 일반적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그것을 불법하게 행사하는 것, 즉 형식적·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나 그 실질은 정당한 권한이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실제사례에서는 주로 일반적 권한에 속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그런데 이러한 직권남용죄를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하게 되면 복지부동이 만연할 가능성이 높다.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업무수행을 하면서 나중에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될지 몰라 불안하게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꺼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무에 적극적이지 않고 면피성으로 업무를 처리하려고 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실제로 이러한 결과들이 발생하고 있다.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이 이전에 처리했던 업무처리 때문에 직권남용죄 등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 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퍼져 나가게 되면 공직자들은 조금이라도 책임질 가능성이 있는 일은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하게 된다. 지금은 당연히 해야 하고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더라도 나중에 어떤 부분이 부각되어 수사대상이 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극적인 업무추진을 꺼리게 되는 것이다. 이전부터 관행처럼 해오던 업무이기 때문에 범죄가 된다는 인식이 전혀 없이 처리했던 일들이 범죄행위로 인정되어 형사 처벌되는 것을 보면서 굉장히 당혹스러워 한다. 이러한 현상들이 국가운영차원에서는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은 공무원들이 자신의 업무를 소극적·방어적으로만 수행을 하게 되면 잘해야 현상유지 또는 퇴보를 하게 되고 국가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전쟁터에서 장수의 목을 치면 부하들은 살려둬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 최고의 권력자리에 있으면서 국정을 농단한 사람들은 형사적으로 엄단하여 역사적 교훈으로 삼는 것이 당연하지만, 실무적인 업무를 담당한 공무원들까지 광범위하게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경우에는 실무적으로 예전부터 반복되는 일이어서 자신이 그런 일을 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데도 문제가 되어 수사와 재판을 받는 경우도 있다. 반목과 갈등보다는 화해와 통합이 국가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인류의 역사적 교훈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예전에 있었던 잘못된 관행이나 제도는 그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여 개선해 나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당시에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담당했던 업무로 직업공무원들까지 광범위하게 형사처벌하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더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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