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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중대재해처벌법의 불명확성 보완이 시급하다 / 김희준

2022.02.04

2022.02.04

 지난 1월 27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기업들은 초긴장 상태이다. 산업현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6개월 이상 치료해야 하는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엄중한 형사처벌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망자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징역과 벌금은 동시에 부과될 수 있다.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며 50인 미만 사업장은 공포 뒤 2년 동안 법 적용을 유예받게 돼 2024년부터 적용된다. 이 법은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의 사망을 계기로 제정되었다.

 이 법이 시행됨에 따라 기업들과 관련 기관들은 비상이 걸렸다. 검찰과 경찰은 내부적으로 수사가이드북을 마련하고 전문수사팀을 구축하였고, 기업들은 무거운 형사책임을 지지 않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리고 법무법인들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받아들이고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하여 전담팀을 구축하고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의 해석을 둘러싼 혼란은 커지고 있다. 주된 이유는 중대재해법이 처벌 대상,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영책임자 등’으로 표현되는 법 적용 대상이 기업의 오너인지, 계열사 대표인지, 안전보건 책임자인지 명확하지 않다. 경영책임자‘등’에는 경영책임자 외에 누가 포함되는지도 알기 어렵다. 또한 처벌 여부의 핵심 기준이 되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 등 조항도 그 의미가 모호하다. 기업들은 처벌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궁여지책으로 안전보건책임자(CSO)를 선임하고 있지만, CSO가 경영책임자로 인정될지도 장담할 수 없다. 소관부처인 노동부도 이에 대해서 분명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에서 만든 해설서에도 중대재해 발생 시 책임의 주체가 되는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이유로 경영책임자를 밝히기 위하여 소환 조사와 압수수색이 강도높게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기업이 CSO 제도를 CEO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내부 결재 단계와 보고 프로세스를 세밀하게 조사할 것이란 예측이다.

 경찰청이 배포한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가이드북’은 지자체장까지 처벌대상으로 보고 있다. 여름철 호우로 지하차도가 침수돼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중대재해법이 규정한 중대시민재해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시설에 대한 설계, 관리 미흡이 밝혀지면 해당 지자체장이 수사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런 논리라면 각 부처 장관까지 처벌 대상에 오를수도 있다. 예를 들어 국토교통부는 교량, 터널 등에 대한 관리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안전사고가 나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 해석을 이런식으로 하게되면 한국철도, 인천국제공항,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의 공공기관장도 처벌에서 자유로울수 없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들은 근로자 안전이 중요하다는 법의 취지에는 적극 공감하면서도 세부 가이드라인은 부족한 상태에서 처벌 수위만 높이는 방법으로 실질적으로 사고가 줄어들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견·중소기업은 비용 등의 문제로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소규모 건설사들은 오너가 대표이사를 사임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중소 제조업체의 53.7%가 중대재해법의 의무사항 준수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제1호 중대사건에 해당하지 않기 위하여 작업을 중단하는 건설사도 늘고 있다.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형사처벌조항은 무엇보다 명확해야 한다. 누구라도 법 규정을 보고 무엇이 법에 위배되고, 위배되지 않는지 쉽게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부합한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은 그 규정의 모호성 때문에 수범자들인 기업들이 어떻게 해야 법에 위배되지 않은 것인지 알기 어렵다. 이는 앞으로 법 적용에 있어서 많은 혼선을 초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규정을 보다 명확하게 다듬고 관련 기관에서는 명쾌한 해설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적극적으로 행해져야만 근로자 안전을 위해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이 혼란없이 잘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http://kjdaily.com/article.php?aid=1643884912566491028&page=1